이 기사는 2025년 07월 08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초까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이사회 멤버를 일부 공유했다.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공식 출범할 때부터 이런 구조를 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룹에서 은행이 9할 이상 절대적인 볼륨이었기 때문이다. 지주사 연결재무에서 은행 실적이 압도적인 만큼 두 회사는 사외이사들의 겸직을 통해 이사회를 사실상 한 몸처럼 운영했다.최근 우리금융지주의 윤수영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면서 자연스레 은행과의 겸직이 풀렸다. 은행 경영이 안정화되고 비은행 부문이 확대되면서 지주와 은행이 과거처럼 밀착해 있을 필요성이 줄었다. 여전히 지주의 입김이 세지만 타이트하게 붙어있던 은행에도 숨통이 트인 셈이다.
최근 콜마그룹을 살펴보면서 우리금융이 떠올랐다. 남매다툼이 부자싸움으로 번진 이곳은 한창 경영권 쟁탈전이 진행 중이다. 주요 관건 중 하나가 2018년 9월 체결된 창업주 윤동한 회장과 남매의 3자 간 합의인데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를, 윤여원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BNH)를 경영하되 윤 부회장은 윤 대표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적절한 도움을 줘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이란 문구다. 콜마비앤에이치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일까. 콜마홀딩스 산하의 핵심 자회사는 한국콜마와 콜마비앤에이치다. 홀딩스의 한국콜마 지분은 26.31%, 지배력을 갖지 못해 관계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지분법손익으로 반영된다.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우 콜마홀딩스가 지분 44.46%을 보유, 지배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연결재무에 직접 반영된다. 콜마홀딩스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 6766억원 중에서 6100억원 이상이 콜마비앤에이치 몫이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에비타(EBITDA)가 매년 감소하니 콜마홀딩스 역시 4년 만에 에비타가 반토막이 났다. 콜마비앤에이치의 단기차입금과 차입금의존도 모두 급증하자 콜마홀딩스의 재무상태도 악화됐다.
이토록 밀접하게 연결된 회사는 사실상 한 몸이나 다르지 않다. 구조적으로 독립적인 자율경영이 쉽지 않은 곳이다. 콜마비앤에이치가 잘 나가서 굳이 손댈 필요가 없으면 몰라도 빚이 늘고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홀딩스가 이를 손 놓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애초 윤동한 회장이 두 자녀와 맺은 3자 간 경영합의는 경영권 분쟁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경영권 행사는 두 사업체가 사업·재무적으로 큰 연계가 없거나 비중이 적을 때 가능하다. 한화그룹을 예로 들자면 방산·케미칼을 담당하는 김동관 부회장, 한화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맡은 김동원 사장이 있다. 사업적으로, 재무적으로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으니 독립·자율경영을 하는 데도 구조적인 문제가 없다.
또 다른 방법은 콜마비앤에이치 외 다른 사업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마치 금융지주그룹에서 비은행 비중을 확대하는 이치다. 지금처럼 콜마비앤에이치 의존도가 큰 상황이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경영은 비현실적인 얘기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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