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사 해외법인 AML 점검]FATF 고위험국인데 감사 1명…자금세탁방지 인력격차 뚜렷③미얀마·라오스 진출법인 중에도 감사인력 최소 수준…금감원 "독립감사 실효성 확보돼야"
김보겸 기자공개 2025-06-26 13:03:30
[편집자주]
국내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무대를 해외로 넓히고 있다. 글로벌 금융당국도 이에 발맞춰 자금세탁방지(AML)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더 이상 AML은 수신기능이 있는 은행업권만의 일이 아니다. AML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내 여전사 해외법인에서도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에 공시되지 않는 해외 AML 제재 실태부터 각사별 대응 체계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4일 16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금세탁방지(AML) 체계에서 시스템 구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실제 이를 현장에서 운용하는 인력과 내부통제 구조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해외법인 중에는 국제기구로부터 고위험국 또는 강화된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진출해 있으면서도 AML 전담 인력이 1명에 불과하거나 독립 감사 인력이 부족한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금융당국은 AML 감사가 단순 형식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독립적 점검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감사 항목별 세부 매뉴얼과 이사회 보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사 해외법인, 인력·감사자원 편차 뚜렷
더벨이 금융감독원과 함께 집계한 '국내 여전사 해외법인의 AML 담당인력 및 독립 감사 현황'에 따르면 카드사 해외법인 11곳 가운데 AML 전담 인력은 최소 1명에서 최대 4명까지 편차를 보였다.

신한카드의 카자흐스탄 법인인 '신한파이낸스'와 KB국민카드의 태국 법인인 'KB J캐피탈'은 각각 AML 전담 인력 1명을 두고 있었다. 반면 신한카드 베트남 법인인 '신한베트남파이낸스', 미얀마 법인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 KB국민카드 인도네시아 법인 'KB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 등은 4명의 전담 인력을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인력 여건이 양호했다.
독립적인 AML 감사 인력도 법인마다 차이를 보였다. 신한카드 미얀마 법인은 감사 인력을 8명까지 확보해 가장 많은 인원을 배치하고 있었다. 반면 우리카드 미얀마 법인과 BC카드 키르기스스탄 법인 등은 2~3명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신한카드 미얀마법인은 AML 전산 시스템 구축 항목에서 '△'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일부 고액현금거래 또는 의심거래분석에 있어 수기(엑셀)로 관리되고 있다는 의미다. 군부 쿠데타 이후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비교적 많은 인력을 확보해 자금세탁방지 역량을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반면 같은 미얀마에 진출한 우리카드 '투투파이낸스 미얀마'는 AML 시스템을 전산화해 '○' 평가를 받았다. 감사 인력은 3명에 그쳤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만큼 인력 의존도를 낮췄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얀마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기준 '조치를 요하는 고위험 국가'다. 금융기관은 강화된 고객확인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리스크가 높은 국가에 진출한 법인의 통제 체계가 시스템이나 인력에서 허술하게 구성될 경우 금융그룹 전체의 리스크 관리 부담으로 확산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캐피탈사, '관찰국' 진출에도 감사인력 1명인 곳 다수
카드사보다 더 많은 해외법인을 보유한 캐피탈업권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총 16곳의 해외법인 가운데 AML 전담 인력이 1명뿐인 곳이 3군데, 독립 감사 인력이 1명인 곳은 9곳에 달했다.
롯데캐피탈 인도네시아 법인인 '롯데캐피탈 인도네시아'와 iM캐피탈 캄보디아 법인 '캠캐피탈' 등은 AML 전담 인력이 1명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미래에셋캐피탈의 베트남 법인은 4명을 배치해 가장 많은 전담 인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독립적 AML 감사 인력 측면에서는 BNK캐피탈의 미얀마·라오스·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법인, iM캐피탈의 DLLC 및 DLMC 등이 모두 감사 인력 1명인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나캐피탈 인도네시아 법인인 '시나르마스하나파이낸스'가 유일하게 감사 인력이 5명으로 가장 많았다.
라오스는 FATF가 올해 2월 총회에서 신규 강화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국가다. 제도 개선 의지는 있으나 여전히 제도적 결함이 존재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iM캐피탈의 라오스 현지법인인 DLLC와 DLMC는 전담 2명, 감사 1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일부 업무는 여전히 수기 방식으로 모니터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는 지역에서 AML 통제 시스템과 인력 미비는 향후 제재나 불이익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부통제·인력 외에도…"평가체계·이사회 보고 필요"
금융당국 AML 독립 감사의 실효성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 감사 항목별로 세부 점검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감사 수행자의 재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AML 감사 결과보고서에 개선 권고사항 이행 현황이 포함되지 않거나 이사회가 감사 결과를 보고받지 않는 구조에서는 사실상 독립성과 효과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또 일부 금융회사에서는 AML 업무 담당자가 외부 감사 업체 선정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어 감사의 독립성이 저해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AML 담당자에 대해 신상품·서비스 출시에 앞서 사전위험평가 체계를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현재 일부 기관에서는 체크리스트에 따른 단순 판단만 이뤄지고 등급 산정이나 리스크 근거 기록이 미흡해 위험평가가 주관적으로 이뤄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점포의 AML 업무 역시 본점의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보고 체계가 형식화되어 있어 AML 리스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본점과 해외점포 간 협의체 운영, AML 체크리스트 활용, 정기적 테마점검 실시 등을 통해 AML 통제체계 전반을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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