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신한카드 vs 삼성카드]'AA+' 카드사 실적 가른 '차입금 만기구조' 전략④[조달] 2020년대 초 저금리로 장기채 발행해, 비용 절감…관계사차입·ABS 비중서 '차이'
유정화 기자공개 2025-07-02 12:51:01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7일 14시53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1위 경쟁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조달 전략이다. 카드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외부 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고객이 결제한 금액을 가맹점에 선지급하고 회수하는 여신업 특성상 자금 조달의 효율성이 카드사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로 꼽힌다.두 카드사는 올해 금리·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차입금 만기구조를 장기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다만 세부적인 측면에선 차이를 보였다. 예컨대 신한카드는 1년 이하 단기물과 3년 이상 장기물 목표를 27~28% 수준으로 설정했지만, 삼성카드는 만기 분산에 초점을 맞춰 장기물 비중을 3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조달 포트폴리오 구성도 달랐다. 신한카드는 지주계 카드사의 이점을 살려 관계사에서 자금을 차입하는 반면 삼성카드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비중을 크게 늘려 왔다. 차입부채 대비 이자비용을 의미하는 조달비용률은 높은 자본력을 앞세운 삼성카드가 우위를 보였다.
◇전략 기조는 '장기조달', 금리·유동성 리스크 대응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조달 전략 기조는 유사하다. 카드자산의 표면 만기는 단기라 하더라도 사실상 매월 반복적으로 거래가 발생하는 특성을 감안해 만기가 긴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자산과 부채 간의 만기 불일치를 최소화하고 금리·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조치다.
다만 올 1분기 두 카드사는 다소 상반된 차입금 만기구조를 공시했다. 신한카드의 차입부채를 만기별로 보면 1년 이하 단기물이 32.1%로 비중이 컸고, 뒤를 이어 3년 이상 장기물(25.5%), 2~3년(21.3%), 1~2년(21.0%)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삼성카드는 장기물 비중이 30.9%, △2~3년(24.4%) △1년 이하(23.6%) △1~2년(21.1%) 등을 기록했다.

과거 발행한 장기채 만기가 도래하고 차환하는 과정에서 추이는 엇갈렸다. 신한카드는 1년 전과 비교해 장기물 비중이 4.5%p 늘었고 단기물 비중은 1.3%p 줄어들었다. 반면 삼성카드는 장기물 비중이 2.4%p 하락했고 단기물 비중이 0.8%p 상승했다. 시장금리 변화에 맞춰 두 카드사의 만기구조 전략이 수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현시점의 만기구조는 수년간 두 카드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조달 전략의 결과물"이라며 "동일한 금리 환경 속에서도 장단기 비중을 어떻게 조절하고 있는지는 각 사의 리스크 인식과 대응 방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장기조달 전략은 최근 두 카드사 간 실적을 가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올 1분기 삼성카드는 1844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신한카드(1369억원)를 제치고 업계 1위를 기록했다. 2020년대 초반 저금리로 5년물 이상 장기채를 대규모로 발행했고,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타사 대비 조달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했다는 평가다.
신한카드는 부채 포트폴리오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목표 차입금 만기구조를 공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가이드라인을 보면 차입금에서 단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27%, 1년 초과 3년 이내 중기물 45%, 장기물 28% 수준으로 제시했다. 2023년 가이드라인과 비교하면 장기물 비중이 8%p 늘고, 단기물 비중은 3%p 줄어든 수치다.
삼성카드는 만기구조 분산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만기별 편중도를 주기적으로 관리하며 중기물 비중을 50% 이내로 두고 장기물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삼성카드 한 관계자는 "차입금의 만기를 고르게 분산하고, 장기차입금 중심의 조달 전략을 유지함으로써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작년 외화 ABS 발행 확대…조달 수단 다변화 목적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업계 최고 신용등급인 ‘AA+’를 받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 신용등급은 자금 조달의 가격과 ‘접근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회사채·기업어음(CP)·ABS 발행 시 적용 금리가 낮고,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유치가 용이하다는 평가다.
이를 기반으로 두 카드사는 조달 수단 다각화 작업을 추진해 왔다. 특정 조달 수단에만 의존하면 시장 경색 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회사채, 기업어음, 자산유동화증권 등 전통적 조달 수단뿐 아니라 외화차입, 역외 ABS 발행 등 다양한 조달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주계 카드사인 신한카드는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고 있다. 올 1분기 신한금융지주로부터 2000억원을 차입하고 5805억원을 상환하면서, 지주사 차입금 잔액은 1조4640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카드 한 관계자는 "지주사 조달금리가 일반적으로 낮기 때문에 금리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며 "그보다는 카드채 시장 경색을 대비한 조달 다변화 목적으로 지주에서 차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1분기 신한금융지주에 지불한 이자비용은 92억원으로, 지주사로부터 차입한 자금의 조달금리는 연 환산 기준 2.52%로 집계됐다.
두 카드사간 조달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격차를 보인 건 ABS다. 올 1분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ABS 잔액은 각각 3조5861억원(12.1%), 3조7921억원(20.2%) 규모다. 보유한 할부금, 카드대금, 대출채권 등 미래에 현금이 유입될 자산을 묶고, 이를 담보로 ABS를 발행하는 식이다.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작년 자금 조달원 다변화 목적으로 외화 ABS를 적극적으로 발행해 왔다. 삼성카드는 작년 6억달러 외화 ABS를 발행했고, 신한카드는 지난해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10억달러를 해외 ABS로 조달한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차입부채 포트폴리오 중 회사채가 64.3% 비중을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CP(14.1%), ABS(12.1%), 관계사차입금(4.8%), 일반차입금(0.3%)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카드는 회사채(66.0%), ABS(20.2%), CP(13.3%), 일반차입금(0.5%) 등 순으로 나타났다.

조달비용률은 삼성카드가 우위를 보였다. 신한카드의 올 1분기 조달비용률은 3.4%로 삼성카드(2.9%)보다 0.5%p 높았다. 조달비용률은 차입부채 대비 이자비용의 비율로, 카드사가 자금을 빌려올 때 얼마나 비싼(또는 싼) 비용을 내고 조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삼성카드는 신규조달 축소 등으로 인해 조달비용률 상승폭이 경쟁사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높은 자본력과 낮은 레버리지배율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자본적정성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지난해 말 조정자기자본비율은 31.60%로 업계 1위다. 신한카드는 20.0%를 기록하면서 금융감독원의 지도기준인 8%를 훌쩍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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