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신한카드 vs 삼성카드]'자동차금융' 두고 엇갈린 두 선두권 카드사의 선택⑥[할부금융] 초기 시장 양분하던 삼성, 2019년 자산 축소…신한, 매분기 300억대 순익
유정화 기자공개 2025-07-04 12:45:56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7월 02일 07시0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초기 카드사 할부금융 시장에서 양강 체제를 이뤘다. 그러나 2019년 상반된 전략적 판단을 내리며 다른 길을 걸었다. 수익 다각화에 나선 신한카드는 할부금융 사업을 확대해 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할부금융 자산을 대폭 줄이는 대신 본업인 신용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할부금융을 본업 경쟁력 강화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자동차 할부금융은 카드사 입장에서 전통적인 신용판매 수익을 보완하는 대체 사업군으로 평가된다. 신한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이어지면서 기존 수익 구조가 흔들리자, 할부금융 강화에 공을 들여 왔다. 그러나 올 들어 삼성카드도 할부금융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최근 수년과는 다른 경쟁 판도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실경영 나선 삼성카드, 신한카드는 수익 다각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할부금융업을 영위하는 6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하나·우리카드)의 올해 1분기 기준 할부금융 자산은 9조6590억원으로 작년 말(9조5590억원)보다 1000억원(1.0%) 증가했다. 신한카드가 3조6168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했다. 반면 삼성카드는 3703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적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카드사 할부금융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부터 시장 선점에 나섰던 선두주자다. 2013년까지 할부금융업을 영위하는 카드사는 두 곳뿐이었다. 2014년 롯데카드를 시작으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이 진출하며 시장이 확대됐다. 2018년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자산 기준 시장 점유율은 각각 36.9%, 24.4%였다.
두 카드사가 일찍이 할부금융업에 나선 건 M&A(인수합병) 영향이다. 신한카드는 전신인 LG카드가 1998년 LG할부금융을 흡수한 영향으로 일찍이 할부금융업을 시작했다. 삼성카드는 지난 2004년 2월 옛 삼성캐피탈을 흡수합병하면서 '르노삼성차 할부금융 영업권'을 얻어 사업을 영위하다, 2009년 RCI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에 양도했다.
카드사간 경쟁이 본격화하던 2019년 삼성카드는 할부금융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내실경영 기조로 전환하며 본업인 신용판매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였다. 2018년 1조7515억원이었던 삼성카드의 자산은 2019년 7389억원, 2020년 5359억원, 2021년 3597억원 등 급감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은 제조사 캡티브 금융사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런데 2010년대 조달 능력이 우수한 카드사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경쟁이 격화됐고, 당시 삼성카드 입장에서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부금융은 자금 사용처가 명확한 목적부 대출로 대손발생 가능성이 일반대출보다 크지 않다. 특히 매달 분할 상환되기 때문에 선제적 리스크관리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운영이나 채권관리를 위한 전산과 조직 체계가 완벽히 갖춰져야 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반면 신한카드는 할부금융을 꾸준히 확대해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올 1분기 신한카드의 할부금융 잔액은 4조56억원으로, 전체 영업자산에 10.1%를 차지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본업인 신용판매의 성장성이 약화되자, 수익 다각화 사업의 일환이었다.
◇1분기 삼성카드 자동차 할부 취급액 5배 확대
올 들어 삼성카드의 전략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삼성카드의 할부금융 취급액은 올 1분기 819억원으로 전년동기(206억) 대비 298% 증가했다. 자동차 할부 취급액은 7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5억원)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개별 소비세 인하 등으로 자동차 시장이 바닥을 찍고 성장세를 보인 영향이다.
시장 상황에 맞춰 삼성카드는 마케팅을 펼치며 할부금융 자산 확대를 꾀하고 있다. 2022년 테슬라를 시작으로 폴스타, 혼다코리아, BMW 딜러사인 삼천리모터스와 독점 제휴를 맺은 삼성카드는 무이자, 캐시백 등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카드의 행보를 두고 할부금융과 연계해 고객 락인효과를 노리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할부 금융은 할부기간이 최대 60개월로 설정이 가능해 락인효과가 높다"며 "아무래도 고가 외제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이면 소득이 높고 신용도도 높을 개연이 커 건전성 관리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한카드의 취급액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3253억원)보다 79.1% 증가한 5826억원으로 나타났다. 할부금융 부문에서 발생한 손익은 374억원 수준이다. 매분기 신한카드는 할부금융 부문에서 300억원대 안정적인 순익을 내고 있다. 할부금융 수익에서 자동차 할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99.2%에 이른다.
우량 고객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자체적으로 할부금융 신청 회원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할부금융 신용평점시스템을 구축했다. 신청자의 결제능력, 자산, 신한카드 이용기간과 같은 내부정보와 신청자의 금융기관 거래내역, 신용평가사(NICE, KCB),은행연합회 등의 외부정보를 활용하여 평점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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