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조금 늦게, 더 현명하게…현대글로비스식 그린비즈니스"②친환경 정책, 노르웨이식 선진 경험 녹여내…ESG도 전략적으로 “옳은 방향과 속도 유지”
김현정 기자공개 2025-07-02 08:24:29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7일 15시02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얀예빈왕(Jan Eyvin Wang·사진) 현대글로비스 기타비상무이사는 지난 15년 간의 큰 변화를 꼽자면 전세계 회사와 이사회들이 ESG 다양성에 엄청난 초점을 맞춰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 비해 한국은 다소 뒤쳐졌다고 진단했다.이 가운데서 현대글로비스는 자신만의 속도를 지키며 똑똑하게 ESG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기업들의 ESG 실험이 실패로 돌아간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속도보다는 방향성과 실행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왕 이사는 현대글로비스를 ‘현명한 팔로워(Good follower)’라고 평했다.
왕 이사는 이같은 흐름 속에서도 국가 간 여건의 차이로 인한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노르웨이가 유럽 최대 산유국으로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전환에 대한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자본 내에서 이를 감당해야 하기에 속도 차이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왕 이사, 과거 노후선박 친환경 폐기 정책 수립 도와

NBIM은 현대글로비스를 포함, 당시 투자하고 있던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가 30년 이상 된 노후선박을 폐기하면서 환경파괴를 일으켰고 이와 관련해 어떠한 내부 정책도 마련해놓고 있지 않다고 파악, 현대글로비스를 '관찰대상(Observation)'으로 지정했다. NBIM은 환경파괴·인권, 부패, 담배 제조회사 등에는 투자를 제외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왕 이사였다. 왕 이사는 세계 최대 노르웨이 선사인 윌헬름센에서 CEO를 역임한 인물이다. 친환경적 선박 폐기 방법과 이에 대한 정책, 에너지 전환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풍부하다. 더군다나 같은 국적의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지침이었던 만큼 NBIM의 기대 수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왕 이사는 “당시 현대글로비스는 선박 폐기와 관련해 어떤 내부 규정도 없었다”며 “나는 뭐가 문젠지 찾고 정책 수립을 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을 만드는 게 왜 중요하냐면 그 이후 진행되는 모든 리사이클링 과정이 앞으로는 쭉 친환경적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는 굉장히 중요한 변화의 순간이고 실제 현대글로비스는 이후로 쭉 발전했다”고 말했다. NBIM은 2023년 현대글로비스를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왕 이사는 “해당 사례는 내가 이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면서 “많은 이사들은 그들의 백그라운드를 바탕으로 회사가 가장 옳은 정책을 적용할 수 있도록 이끌고, 때로는 강하게 실행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기업, '정부 지원 아래' 친환경 사업...글로비스 '현명한 팔로워'
왕 이사는 현재 현대글로비스가 노르웨이 기업들의 6~7년 전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는 절대 늦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글로비스를 ‘현명한 팔로워(Good follower)’라고 묘사했다. 뒤를 쫓아가면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전략을 바탕으로 현대글로비스만의 속도를 밟아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노르웨이 기업들은 과거 원대한 목표를 발표했는데 수포로 돌아간 게 정말 많았다”며 “암모니아는 독성이 있어 누출이 되면 죽을 수도 있고 액화수소는 폭발가능성이 높다보니 다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기업들의 수많은 실패를 보면서 가끔은 퍼스트무버가 되는 걸 좀 내려놓고 현명한 팔로워가 되는 전략을 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왕 이사는 이에 더해 노르웨이에서 이런 친환경적 시도가 앞서나갈 수 밖에 없는 배경도 짚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었다.
그는 “노르웨이는 유럽 최대 산유국으로 사실상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다”며 “이에 따라 노르웨이 정부는 재정적으로 기업들의 친환경 사업에 대해 엄청난 지원금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경우는 대부분 다 기업 돈으로 해야한다"며 "이런 그린 비즈니스에 많은 돈을 쓰는 걸 크게 반기지 않는 일부 주주들과 이해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출장, 굉장히 빡빡한 '사업중심적' 일정
왕 이사는 현대글로비스 친환경 사업에 대한 또다른 기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꼽았다. 윌헬름센 CEO로서 주주를 대표해 현대글로비스에게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윌헬름센의 중간 역할을 자처해 현대글로비스 이사회 멤버들과 경영진들을 노르웨이에 초대, 실제 사업 현장을 보여줬다.
그는 “현대글로비스가 꼭 이를 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알고 있어야 그들이 가장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왕 이사는 타기업 이사진들의 해외 출장을 놓고 '호화여행이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현대글로비스의 노르웨이 출장은 그와 전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그러면서 당시 스케줄을 공유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최대 암모니아 제조업체인 ‘야라(Yara)’에 갔고 이후 세계 최대 자율선박 건조사로 불리는 '콩스버그(Kongsberg Maritime)’에도 방문해 자동화·항해시스템과 디지털솔루션을 둘러봤다”며 “노르웨이 경관을 즐기거나 관광이라 불릴 만한 스케줄은 전혀 없었고 일정은 매우 빡빡하고 사업 중심적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윌헬름센 회장은 굉장히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고 주주들에게 옳은 일을 하려고 항상 노력한다”며 “이사회 미팅도 중요하지만 이런 실질적 프로그램(Board Trip)을 통해 에너지 전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이룬 점이 참 긍정적이었다”고 평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초대를 받는 것뿐 아니라, 주최 측이 돼 현대글로비스 이사진들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사업 현장에 초대한 일도 소개했다. 현대글로비스 이사진들은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있는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보스턴다이내믹스 본사 등을 둘러봤다.
왕 이사는 “정의선 회장의 진정성 덕분에 현대차그룹의 산업 현장을 둘러보며 이사진들은 인더스트리 트렌드 등 많은 걸 배웠고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그룹 사업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었다”며 “특히 당시는 경영진 외 이사진들만 참여했는데 우리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시간이 참 길었던 만큼 일상적이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왕 이사는 끝으로 현대글로비스가 ESG 노력과 관련해 서두르지 않고 지금의 속도를 유지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최근 글로벌의 ESG 현황은 과거처럼 공격적이지 않고 약간 주춤하는 추세”라며 “실제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역량의 한계에 부딪쳐 미국이 먼저 살짝 속도를 늦췄고 유럽도 미국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글로비스는 한국 안에서 충분히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에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면 되지, 너무 빠르게 진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방향성이 옳기 때문에 이를 지키면서 멈추지만 않고 주도면밀하게 이 방향대로 간다면 충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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