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보드]태광산업 EB발행, '2대주주측' 김우진 이사 '유일 반대'작년에도 '배당기준일' 안건 반대 의견 개진 '눈길'…주주이익 침해 논란 '점화'
김현정 기자공개 2025-07-02 08:25:28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 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30일 14시08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산업의 자사주 전량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교환사채(EB) 발행 결정을 놓고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2대주주와 해당 안건에 대해 사전 소통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태광산업이 자기주식 전량을 회사의 자금조달에 활용하는 결정을 내린 것인 만큼 일각에서는 주주이익 관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한편 트러스톤자산운용 측 추천 인사였던 김우진 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다만 나머지 5명의 이사진은 모두 ‘찬성’ 의견을 던졌다. 김우진 이사의 경우 작년 말에도 배당기준일 관련 안건에서 반대 의사를 개진한 적 있다.
◇'2대주주 측' 김우진 이사 '유일한 반대'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30일 더벨과의 통화에서 “태광산업은 2022년 말 10조원 투자 계획을발표했지만 실제 이뤄진 투자가 없는데 이 시점에 갑작스레 또 신사업 투자를 위해 EB를 발행하고 자기주식을 이용한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라며 “태광산업의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1배인 만큼 이 시점에 자사주를 처분하는 게 과연 회사 이익에 맞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광산업은 이사회를 통해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3200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같은 결정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더불어 이와 함께 해당 결정을 한 이사들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다는 뜻을 내보였다.

이번 EB 발행을 놓고 2대주주를 대표해 이사회에 자리하고 있는 김우진 이사 외 다른 이사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이사회는 지난 27일 오전 10시30분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태광산업 본사에서 열렸다. 이사회 멤버인 유태호 대표이사와 오용근 부사장, 정안식 상무 등 사내이사 3명과 최영진·김우진·안효성·오윤경 등 사외이사 4명, 총 7명의 이사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우진 이사와 오윤경 이사는 현장 참석이 어려워 화상회의로 이사회에 참석했다. 이현우 ESG지원팀장이 이번 안건에 대해 설명했고 이후 이사회 승인을 구했다.
이사회 의사록에 따르면 김우진 이사는 ‘교환사채 발행 시 기존 주주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반대했다’고 그 사유가 적시돼있다.
김우진 이사의 경우 작년 3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직접 추천으로 태광산업 이사회에 오른 인물이다. 이 밖에 안효성 사외이사와 정안식 사내이사까지 트러스톤자산운용 측 추천 인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들은 김우진 이사와는 약간 결이 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경우 태광산업이 우선 추천한 풀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 측이 태광산업과 함께 상의해 최종 추천된 인사다. 안효성 및 정안식 이사는 이번 EB발행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작년 3월 말 태광산업 이사회에 입성한 김우진 이사는 이전에도 한 차례 이사회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나타낸 적이 있다. 태광산업의 작년 이사회 결의 내용을 살펴보면 김우진 이사는 작년 12월 11일 열린 제 12차 이사회에서 ‘배당기준일 승인의 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개진했다. 주주환원 정책을 고려할 때, 배당액이 확정된 이후 배당기준일을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당시에도 찬성 5명, 반대 1명, 불참 1명으로 해당 안건은 가결됐다.

◇전량 자기주식 처분, 주주가치 훼손 논란 '점화'
이번 교환사채 발행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시점과 본질로 귀결된다. 우선 새 정부가 증시 부양 목적으로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자 태광산업이 자기주식을 서둘러 활용하려 한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태광산업은 자사주 비율이 높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대표 종목으로 꼽혀왔다. 태광산업 주가는 자사주 소각 등 기대로 올해 4월 저점 대비 70% 넘게 급등한 상태였다. 이달 들어 황제주(1주당 100만원 이상)에도 복귀한 바 있다. 2022년 6월 이후 3년 만이었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이를 소각하는 대신, 처분과 마찬가지의 의사결정을 내렸다. 2대주주와 소수주주들은 자사주 의무 소각과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EB 발행 등을 통한 유동화가 어려워진다는 시선으로 태광산업의 결정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 30분 현재 태광산업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3만7000원(12.5%) 내린 96만6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현재 태광산업의 현금성자산이 2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자기주식까지 처분해 자금조달에 활용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태광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1279억원이다. 최근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을 통해 약 9000억원 추가 유입도 예정돼 있다. 3200억원 규모의 신사업 투자는 보유 자금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밖에 추후 교환사채 인수자가 EB를 자기주식으로 받는다면 이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다름 없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교환가액은 주당 117만2251원으로 27일 종가에 6.3% 프리미엄이 붙었다. 투자자는 교환사채의 발행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2027년 8월 7일)부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사모방식으로 태광산업은 인수자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태광산업은 교환사채로 조달한 자금을 전액을 신사업 투자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2000억원, 2026년 1200억원가량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자기주식 소각 관련해서는 새 정부에서 의욕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태광산업이 내년까지 집행하게 될 투자 계획이 있는데 내부적으로 가용자금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해 추가 자금조달을 진행하게 됐으며 구체적 투자안들은 차차 공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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