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적자 태광산업, M&A에 1.5조 '승부수' 뷰티·에너지·부동산개발 낙점...그룹 존립 갈림길에 이호진 복귀 전 결정
정명섭 기자공개 2025-07-01 17:22:16
이 기사는 2025년 07월 01일 09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산업이 신사업 확대를 위해 내년까지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한다. 2022년 말 12조원 투자계획을 밝힌 지 2년 6개월 만이다. 석유화학·섬유 중심의 기존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해 그룹의 존립마저 어려워지자 이호진 전 회장 복귀 전에 선제적 결단에 나섰다는 평이다.태광산업은 1일 화장품과 에너지, 부동산 개발 관련 기업 인수와 설립을 위해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1조원을 먼저 투입하고 내년에 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태광산업은 지난 1월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를 통해 뷰티 분야 기업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애경산업 인수 예비입찰에서 적격 인수 예비후보(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게 대표적이다. 태광산업은 에너지 등 다른 분야에선 신규 법인을 설립하는 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태광산업은 신사업 확장을 위해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사업 목적을 추가한다. 화장품 제조·매매, 에너지 관련 사업, 부동산 개발, 호텔·리조트 등 숙박시설 개발·운영, 리츠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에 대한 투자, 블록체인 기반 금융 연관 산업 등이 대상이다.
태광산업은 투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달 27일 자기주식 지분율 24.41% 전량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정했다.
지난 5월말 기준, 태광산업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조9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신규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 미만이다. 기존 석유화학, 섬유 부문에 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데다 업황 둔화로 약 5600억원의 예비 운영자금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3~4개월치 운영자금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례로 태광산업은 울산 석유화학 2공장과 저융점섬유(LMF) 공장이 가동을 중단해 시설 철거와 인력 재배치에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일론 생산공장 일부와 중국 스판덱스 공장도 조만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해 이에 따른 운영자금 확보도 필요하다고 태광산업은 강조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일부 나일론 생산공장과 중국 스판덱스 공장도 조만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며 "이들 공장은 생산 중단 시 매출 없이 고정비 지출만 발생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운영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광산업이 사업재편을 위해 조단위 투자를 결정한 건 이와 연관이 있다. 본업인 석유화학, 섬유 사업이 중국 경쟁사의 저가 공세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태광산업은 지난 3년간(2022~2024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조원을 웃돌던 연매출도 올해 1조원대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태광그룹은 2022년부터 10년간 총 12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1년 회사 자금 횡령·배임 혐의로 법정 구속된 이후 복귀가 늦어지면서 구체적인 투자 로드맵을 수립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장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지 않으면 그룹의 존폐가 불확실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어려워지자 이 전 회장의 복귀 전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태광산업은 EB 발행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장에 대해 "자기주식을 소각하고 이를 통해 주식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재편을 통해 생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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