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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익, DDI 자회사 합병 취소 배경 '팹리스 사업 난항' 양사 사업구조 재편 돌입, 디투아이 지난해 당기순손실 309억

노태민 기자공개 2025-07-04 09:30:48

이 기사는 2025년 07월 03일 13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익그룹이 티엘아이 인수 당시부터 추진해온 원익디투아이와의 합병 계획을 철회한 배경이 주목된다. 시장 수요 둔화와 고객사 퀄테스트 통과 지연으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합병의 실익에 대한 판단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원익그룹이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째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핵심 고객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해 원익홀딩스의 팹리스 부문(원익디투아이, 티엘아이)은 400억원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티엘아이는 지난달 3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원익디투아이와의 합병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합병 예정일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결정이었다.

원익 측은 이번 합병 취소에 대해 "경영상 불확실성의 심화로 인해 합병에 앞서 각 사별 사업구조 재편 및 중장기 전략 재수립이 우선되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이러한 변화는 피합병법인의 기업가치, 특히 주당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본 사안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과 면밀한 검토를 거친 결과 금번 합병을 취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사의 합병 취소에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티엘아이와 원익디투아이는 지난해 각각 106억원, 309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매출은 각각 79억원, 69억원에 그쳤다.

잠재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향 DDI 공급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원익그룹은 2022년 8월 원익홀딩스가 팹리스 스타트업인 디투아이 지분 100%를 107억원에 인수하며 팹리스 사업에 진출했었다.

원익그룹이 DDI 사업에 진출한 배경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요청이 영향을 끼쳤다. 2021년 매그나칩이 중국계 사모펀드에 회사 매각을 추진하자 DDI 공급망관리(SCM)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원익그룹에 DDI 사업 진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DDI 공급은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합병 취소를 계기로 원익그룹이 DDI 사업 축소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양사의 사업 분야가 겹치는 만큼 티엘아이 인수 당시부터 원익디투아이와의 합병은 기정사실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합병을 통해 중복 조직을 통합하고 사업 효율성을 높이려던 전략이었지만 실적 악화와 공급 지연이 겹치며 사실상 구조조정 국면으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1분기 말 기준 티엘아이와 원익디투아의 임직원 수는 각각 82명, 72명이다.

DDI 업계 관계자는 "모회사인 원익홀딩스 측에서 양사 합병에 제동을 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회사 모두 유의미한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원익홀딩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룹의 DDI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익홀딩스가 원익디투아이에 빌려준 자금의 회수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원익홀딩스의 올해 1분기 기준 원익디투아이 대여금은 336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원익디투아이는 지난 5월 대여금 중 311억 원을 영구전환사채로 발행하기로 했다. 해당 사채의 만기일은 2045년 5월 9일로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장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원익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합병 취소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진행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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