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HVAC 진격]LG전자, 글로벌 무대 광폭행보 '조주완의 진심'③전담 사업본부 신설, 2026년 매출 10조 목표
김도현 기자공개 2025-06-30 07:39:49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냉난방공조(HVAC)가 주목을 받고 있다. HVAC은 온도 유지, 공기 순환 등을 담당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AI 데이터센터의 소비 전력 절반가량이 HVAC에 투입되면서 관련 분야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LG 등 대기업부터 경동나비엔·귀뚜라미 등 중견기업까지 해당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럽, 북미 등 전통의 강자에 도전장을 낸 국내 업체들의 전략과 미래 전망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7일 13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는 일찌감치 냉난방공조(HVAC)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곳이다. 가전 의존도가 높은 데다 한 축이던 휴대폰 사업까지 철수하면서 빠르게 돌파구를 마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이러한 행보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등에 따라 HVAC 성장세가 두드러지자 더욱 부각되고 있다. LG전자는 조주완 최고경영자(CEO) 주도 아래 세계 각지에 연구소·아카데미를 세우고 조직개편도 서슴지 않는 등 HVAC에 진심인 모습이다.
◇주요 거점 확산, 북미·유럽·동남아 등 동시 공략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싱가포르, 아르메니아 등에서 연이어 HVAC 수주를 따내고 있다. 이는 LG전자가 그물망처럼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효과로 평가받는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에어솔루션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국 창원, 미국 애틀란타에 이은 3번째다. 해당 시설은 현지 기후에 최적화된 고효율 공조솔루션을 연구한다.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주요 거점에서 맞춤형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으로 마련했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LG전자는 미국 알래스카, 노르웨이 오슬로, 중국 하얼빈 등 극한의 추위로 유명한 도시들에 히트펌프연구소를 확보했다. 현지 대학과 손을 잡으면서 연구 역량도 극대화했다.

더불어 LG전자는 각국에서 HVAC 아카데미를 오픈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거·상업용 냉난방시스템과 고효율 칠러 분야의 전문 엔지니어가 양성된다. 최근에는 지역 핵심 거래선과의 네트워크 거점으로도 거듭나는 중이다. LG전자는 현재 43개국, 65개 지역에서 HVAC 아카데미를 운영 중으로 올해 말까지 70개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일련의 움직임은 LG전자가 지향하는 '현지 완결형 체제'의 일환이다. 개별 고객과, 국가, 도시 등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HVAC'을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LG전자가 북미, 유럽 등 HVAC 행사에 참석하고 연달아 자체 서밋을 개최하는 것도 이를 위한 밑작업이다.
앞서 조 CEO는 "HVAC은 어떤 시장도 동일하지 않다"며 "지역마다 기후 조건, 규제 체계, 산업별 요구사항이 다양하기 때문에 현지 전문성이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도 HVAC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기존 H&A사업본부에서 ES사업본부를 분리하면서 HVAC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다. ES사업본부 내 AI 데이터센터 열 관리 솔루션 개발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기도 했다.
당시 LG전자 측은 "수주 기반으로 운영되는 HVAC 사업의 본질과 시장 및 고객 특성을 고려할 때 생활가전 사업과는 분리된 독립 사업본부로 운영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 극대화에 최선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ES사업본부는 에어솔루션사업부장을 역임하던 이재성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이 부사장은 자사 HVAC 강점으로 5대 핵심 부품인 △고효율 인버터 △압축기 △고신뢰성 열교환기 △저소음 고효율 팬 △모터 등을 내재화한 것을 꼽고 있다.
이같은 역량을 바탕으로 복수의 빅테크를 비롯한 크고 작은 기업들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HVAC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어 LG전자에 주어질 기회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HVAC 관련 인수합병(M&A)도 물밑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존슨콘트롤즈인터내셔널의 HVAC 사업부 인수를 준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이외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도업체, 스타트업 등을 물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LG엔솔·LG CNS 등 계열사와 협력 모색
LG전자는 내년 ES사업본부의 매출 목표를 10조원으로 잡았다. 올 1분기에만 3조원을 넘겨 달성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해당 결과는 LG에너지솔루션, LG CNS 등과의 협업 시너지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LG CNS는 데이터센터 설계 및 운영 등에 특화된 업체다. 이들 동맹은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 인프라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 3월 3사의 경영진이 함께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를 만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조 CEO는 "MS 데이터센터에 냉각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빌딩 에너지 관리 기능과 LG에너지솔루션의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 LG CNS의 탁월한 운영 우수성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LG전자의 HVAC 시스템 유지보수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의 존재도 긍정 요소다. 2006년 설립된 하이엠솔루텍은 초대형 냉방기인 칠러 등 HVAC 제품을 설치하고 사후서비스(AS)와 유지보수 등을 담당한다.
당초 하이엠솔루텍은 가전 관련 AS 및 유지보수도 맡았지만 이를 전담할 하이케어솔루션이 2021년 신설되면서 HVAC에 집중하게 됐다. 하이엠솔루텍 역시 해외 곳곳에 거점을 마련하면서 LG전자를 지원 사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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