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6월 23일 14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전방위적인 리밸런싱에 나서며 매물로 내놓은 코원에너지서비스 부지 유력 원매자로 삼성물산이 떠오르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 내부에서 해당 부지 매각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재계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코원에너지서비스가 보유한 서울 강남 대치동 27-1번지, 4-16번지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주관사는 국내 1위 부동산자문사 CBRE코리아가 맡고 있다.

이 사안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수의 잠재적 투자자에 매각 자료를 보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소수의 대기업, 디벨로퍼 등 자금력 있는 원매자를 위주로 접촉에 나섰다. 애초 이달 내로 입찰을 하려다 다소 일정이 지연됐고 7월 1일에 예비입찰을 실시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수 후보자는 삼성물산이다. 실제 삼성물산의 재무, 개발 관련 부서에서 핵심 인재들이 투입돼 해당 부지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고 입찰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적 측면에서는 부담이 다소 있는 부지이지만 삼성물산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따라서 이번 인수에 나서더라도 삼성물산 측의 자금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코원에너지서비스 부지 매각가는 4500억~5000억원대가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 계열사들이 강남 인근 알짜 부지를 인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봤을 때 삼성물산의 이번 인수전 참여가 확실하다는 관측이다. 과거에는 부동산에 관해 보수적으로 접근했지만 최근 기류는 다소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서울 강남역 서초사옥 인근에 있는 서초동 1325-21번지, 22번지의 대지를 약 802억원에 낙찰받았다. 2012년 해당 부지와 인접한 1325-23번지, 24번지를 매입한 바 있다. 최근 삼성의 기류는 알짜 입지의 부지가 매물로 나왔을 때는 반드시 사들이는 행보를 보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재계 및 투자업계에서는 코원에너지서비스 부지 매각을 '매수자 우위' 구도로 평가한다. 우선 해당 부동산이 매물로 나온 배경이 SK이노베이션의 급박한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에 별도 기준으로는 흑자이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영업손실 446억원, 당기순손실 125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분 87%를 보유한 SK온의 극심한 부진 탓이다. SK온의 올 1분기 연결 영업손실은 1633억원, 당기순손실은 2416억원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의 리밸런싱을 검토하면서 코원에너지서비스 부지 매각에도 나섰다. 이 곳의 지분 구조는 'SK이노베이션→이엔에스시티가스→코원에너지서비스'로 이어진다.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초유의 관심사인 SK온·엔무브 처리 문제도 있다. SK엔무브에는 IMM크레딧솔루션이 투자했다. 당시 다수의 기관들이 출자자(LP)로 참여했다. 그런데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LP들이 두 기업의 합병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라며 "합병을 하려면 FI들의 투자금을 모두 갚고 하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