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6월 17일 07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방 이전.’ 선거철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과거 주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국토 균형발전이란 명분을 내건 지방 이전 공약들이 진영을 불문하고 넘쳐났다. 정부 부처와 공기업, 금융권 등 정치의 입김이 미치는 어느 곳이던 대상에 올랐다.명분은 설득력이 높다. 지방 소멸 시대를 늦추고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서울 집중을 해소하지 않고 몇몇 기관들의 이전만으로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는 한계론에 번번이 부딪쳤다.
최근 지방 이전의 대상은 민간기업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HMM 본사 부산 이전이 대표적이다. 정부 출자 공공기관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의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정부가 실력 행사에 나섰다.
산업은행의 HMM 보유 지분율은 36.02%다. 해양진흥공사는 35.67%를 보유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공단도 HMM 지분 5.17%를 보유 중이다. 양대 기관이 보유한 지분에 국민연금의 보유분까지 합하면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HMM 지분율은 총 76.86%로 상승한다.
이에 따라 HMM의 부산 이전은 정부의 의지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서 정부 측 지분율 만으로 결정이 가능하다. HMM 구성원들과 기타 주주들의 반발이 커질 경우 특별결의를 펼친다고 해도 정부의 뜻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HMM은 국내를 대표하는 유일한 원양 해운사로 국내 물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옛 현대상선과 옛 한진해운이 합쳐지면서 그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한국발 글로벌 컨테이너 수송의 대부분을 담당하면서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을 지탱하는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HMM의 부산 이전을 주장하는 정부는 부산 지역과 해운업계를 위한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건다. 특히 항만 기능과 해운 물동량 대부분이 부산에 집중돼 있는 만큼 해운사 본사도 관련 지역에 자리잡으며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란 주장은 일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선 인력 구성과 운영 효율성, 외부 네트워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란 불만이 제기된다. HMM 본사가 자리잡고 있는 서울에 주요 화주의 본사가 밀집해 있다. 또 국내외 투자자, 금융기관, 법률 자문사 등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무엇보다 HMM은 증권시장에 상장된 민간기업이다. 현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 주도로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자 상법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대주주로서 전횡처럼 비춰지는 일방적 의사결정을 추진한다면 시장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HMM은 부실 기업이었다. 산업은행과 진흥공사의 부담과 고민도 컸다. 당시 정부와 부산 지역 정가에서도 HMM은 골칫거리였고 관심 밖이었다. HMM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대양으로 한걸음 더 뻗어나가려는 상황이다. 여전히 글로벌 해운시장 점유율은 2.9%에 그친다.
HMM의 경영은 경영진들의 철학과 구성원들의 역량에 맡겨야 한다. 글로벌 해운시장의 동향과 주요 고객사 현황 등 여러 요소들을 파악하고 판단해 HMM 스스로 결정할 몫이다. 본사의 부산 이전이 필요하다면 HMM이 결정할 일이다.
특히 HMM은 민영화를 앞두고 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보유 지분이 민간기업으로 넘어가려는 과도기다. 이런 때 기업 경쟁력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이 너무 크다. 이제 막 경영 정상화를 이룬 HMM이 또 다른 외부 변수로 리스크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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