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투자풀 지각변동]'가격적정성' 평가 빠지나…보수 변화 가능성 '솔솔'⑬최근 방폐기금 입찰서 항목 배제…추정가격 떨어질 때 방어 수단 '전무'
구혜린 기자공개 2025-06-23 16:23:20
[편집자주]
연기금투자풀 운용은 까다롭고 보수가 낮지만, 70조원 자금을 굴린다는 점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에게 '명예의 전당'으로 인정된다. 올해로 '25돌'을 맞은 투자풀은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그간 통합펀드를 운용하는 주간운용사 자격은 자산운용사에게만 주어졌으나, 증권사에게도 개방되면서다. 더벨은 연기금투자풀 제도의 변화 배경과 이를 둘러싼 업계의 다양한 이슈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2일 15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 연기금투자풀 입찰 정성평가 항목에서 ‘가격적정성’이 빠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OCIO 사업자가 제시한 가격(운용보수율)을 정당화하는 항목으로 수년간 연기금투자풀 입찰에 빠지지 않고 포함돼 왔다. 일각에서는 평가항목 변화가 계기가 돼 주간운용사 운용보수율이 2.9bp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업계에서는 이번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입찰 정성평가 항목에 ‘운용보수율 적정성’이 빠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21년 입찰 기준으로는 사업자가 ‘보수율’을 제시하고 ‘보수율의 적정성’ 설명, 각각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으나, 2025년 입찰에서는 사업자가 희망하는 보수율만 적어내는 것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얘기가 오가는 것은 최근 진행된 타 공적기금 입찰에서 평가항목 변화가 이뤄진 탓이다. 조달청은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과 더불어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방폐기금) 위탁운용사 선정 작업도 주관하는데 앞서 진행된 방폐기금 3기 사업자 입찰에서 가격 적정성 항목을 제외하고 기술평가(정성평가)를 진행했다. 가격과 관련된 세부 평가항목은 조달청이 결정할 권한이 있다.
가격적정성은 수년간 빠지지 않고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 정성평가 항목에 포함됐다. 지난 2013년 기획재정부가 입찰 과정을 모두 조달청에 위탁한 당시에도 가격과 가격의 적정성 항목 각각에 배점이 적용됐다. 가격 적정성은 OCIO 사업자가 제시하는 보수율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항목이다. 기금 운용시 발생하는 예상 비용을 추산하고 이정도 보수를 받으면 사업 영위가 된다는 것을 쓴다.
적정성 항목이 빠진다면 오로지 가격으로만 평가를 받게 된다. 2013년 첫 조달청 입찰 당시 적정성 항목에 적용된 배점이 크게 낮아지면서 운용사들은 ‘보수율을 낮추지 않고 점수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21년 입찰시 적정성 항목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3사가 4~5점 평가를 받은 것을 감안할 때 변별력이 없는 항목이라고는 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가격적정성 보다 ‘추정보수율’이다. 추정보수율이란 기금에 OCIO 체제를 도입한 기관이 위탁운용 비즈니스에 쓸 수 있는 비용의 최대치를 의미한다. 입찰제안서(RFP)에 추정보수율을 4bp로 적시하면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은 이 가격에서 최저 70% 선에서 보수를 제시할 수 있다. 추정가격 기준 30% 할인이다. 가격평가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30% 할인율을 적용해야만 한다.
적정성 항목의 누락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추정보수율을 낮출 때 발생한다. 만약 기획재정부가 이번 입찰에서 추정가격을 4.2bp 이하로 결정할 경우 주간운용사 보수율은 무조건 2.9bp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참여 사업자들이 가격평가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기 위해 할인 보수를 제시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2.9bp를 유지할 수도 있겠으나, 적정성 항목이 없으니 사업자가 방어를 할 수 없게 된다.
과거 삼성자산운용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쉽다. 삼성자산운용이 2001년 최초로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을 맡을 때만 해도 보수율은 9.5bp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 차례 입찰을 거듭하면서 보수율은 2.9bp까지 떨어졌다. 그간 주간운용사 입찰은 다섯 차례 진행됐는데 매번 30% 할인 적용된 것은 아니다. 삼성자산운용이 적정성 항목을 활용해 가격 방어를 한 입찰도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추정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평가에서 가격 적정성을 제외한다는 점부터가 의미심장하며 △그간 연기금투자풀 규모가 두 배 늘어나면서 규모의 경제로 총 보수도 증가했다는 점 △완전위탁형 펀드에 한해 성과연동보수를 적용한다는 점 △하위펀드 겸임운용을 허용했다는 것 등 주간운용사에게 몇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는 점 등 때문이다.
이 경우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연기금투자풀 운용을 4년 이상 했지만 아직도 BEP를 못 맞추고 있다”라며 “손실을 보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셈인데 또 보수가 떨어진다면 자산운용사가 아예 기금 OCIO에서 손을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생태계를 위해 적정선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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